"무슨 유상증자를 조단위로 하나"…대기업 믿은 개미들 '쇼크'

입력 2023-06-27 08:26   수정 2023-06-27 11:26


최근 조단위 유상증자를 결정한 CJ그룹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빚 갚는 데 대부분 투입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불만을 의식한 듯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증권가에선 유상증자 추진은 주가에 단기 악재일뿐 중장기적인 성장성엔 긍정적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은 6% 하락한 17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주사인 SK도 4% 넘게 떨어졌다. 지난 23일 장마감 후 발표한 1조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시장에서 악재로 통한다. 대체로 기존 주식보다 싼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는데,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돼서다.

앞서 1조원대 유상증자 소식을 알린 CJ CGV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 20일 1조2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하겠다고 공시한 다음날부터 전날까지 4거래일간 32.5% 급락했다. 연일 하락에 주가는 2008년 10월 이후 15년 만에 1만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지주사인 CJ도 8.7% 하락했다. CJ CGV와 CJ의 합산 시가총액은 4거래일 만에 4200억원가량 증발했다.
채무 상환 비중 높아…"주가에 부정적"
기업들이 이같은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도 유상증자에 나서는 건 여전히 높은 금리에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금리에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발행도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빚을 지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CJ CGV와 SK이노베이션 모두 확보한 자금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이 채무 상환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로 주주가치가 훼손된 마당에 빚 갚는데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분 희석 및 채무 상환 목적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로 보통주 819만주를 추가 발행한다고 밝혔다. 주당 예정 발행가액은 14만3800원으로 전날 종가 대비 16% 할인된 가격이다. 약 1조1777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며, 이중 채무상환에 3500억원(29.7%)을 투입한다. 신사업에 투자하는 시설자금으론 약 4185억원(35.5%), 타법인증권취득자금으론 4092억원(34.7%)을 사용하기로 했다.

CJ CGV는 신주 7470만주를 발행한다. 증자 전 발행주식 수(4773만주)의 약 2배 규모다.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7630원, 총 57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인 가운데 3800억원(66.7%)이 채무상환자금에 쓰인다.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은 각각 1000억원(17.5%), 900억원(15.8%)에 불과하다. 이와 별도로 CJ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CJ CGV에 현물 출자할 예정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약 45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단기 이슈일 뿐…중장기적 악재 아냐"
다만 주가 하락은 단기적인 이슈일 뿐 중장기적인 측면의 악재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증권가 의견이다. CJ그룹주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CJ CGV 유상증자 발행가격이 확정되는 오는 7월 말까지 주가의 변동성은 클 것"이라면서도 "단기 주가 하락과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지금이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의 적기"라고 진단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극장업에 대한 시장 의구심과 유상증자의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해 가기 어렵다"면서도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혀 왔던 재무구조 안정화는 긍정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확충을 통한 순차입 축소로 이자비용 감소하고, 매년 100억원 수준의 CJ올리브네트웍스 배당, 점진적인 본업 턴어라운드로 자금사정이 훨씬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 및 주주가치 훼손은 아쉬우나,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자체사업이 전통산업에서 신산업으로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확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증자였던 만큼 단기적인 투자 심리에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한화솔루션(2020년 12월) 및 롯데케미칼(2022년 11월) 또한 증자 이후 신주 발행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SK온의 수율도 올 1분기 대비 개선되고 있는 점과 SK온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식 교환(SK이노베이션-SK온) 이벤트까지 감안하면 SK온에 대한 사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현재 주가 대비 21% 할인된 가격은 매력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사업 성과를 통한 주가 회복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성장 사업 투자는 긍정적이나, 그 효과 반영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 주가는 유상증자로 조정을 거쳐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일 전망이나, 향후 신규 사업 투자 성과 반영을 통한 주가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마켓퍼폼'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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